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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민간에 우주기술 ‘독점 사용권’ 주니… 특허 인용 10년간 2.6배 늘어

박재혁 동아일보 2026.10.15

우주 투자, 혁신 마중물 되려면
NASA 투자, 관련 제조업 성장 견인… 재정 파급효과는 일반 지출 밑돌아
우주기술 민간에 사업화 유인 주자… 특허 인용 늘며 후속 혁신 촉진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기술력 확인… 이제 민간 산업에 기술 연결해줘

7일 전남광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5차 발사돼 우주로 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0월 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5차 발사에 성공해 다수의 위성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예정된 시각에 솟아오른 완벽한 비행에 많은 시민들이 찬사를 보냈고, 누리호의 발사 성공률은 80%로 높아졌다. 우주 탐사와 위성 개발은 한 국가의 과학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동시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과연 정부의 대규모 우주 연구개발(R&D) 투자는 국가 경제와 기술 발전에 실질적인 영향을 가져올까.》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투입된 막대한 공공 R&D 예산이 지역 제조업과 거시경제에 미친 장기적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기밀이 해제된 미 중앙정보국(CIA)의 소련 우주 기술 평가 문건을 분석하고, 이를 1958년 스푸트니크 발사 이전의 미 특허 데이터와 텍스트 유사도 기법으로 비교해 당시 우주 기술 역량을 미리 갖추고 있던 지역과 산업을 식별해 냈다.

분석 결과 NASA의 R&D 계약 지출은 운송 및 전자 기기 등 우주 관련 산업이 집중된 지역의 제조업 부가가치, 고용, 자본 축적을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하지만 1958∼197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한 이른바 ‘문샷(Moonshot)’ 기간 동안 NASA 지출의 지역적 재정 승수(정부 지출이 연쇄적인 소비·투자로 확대되는 효과)는 약 0.3에 불과했고, 우주 경쟁 이후에도 0.4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일반적인 정부 지출(0.6∼0.8)이나 다른 국방비 지출에 비해 다소 낮은 수치다. 즉, 뚜렷한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임무 지향적 공공 R&D는 관련 제조업의 성장은 견인했지만 경제 전반을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공공 기술이 민간의 기술 발전과 후속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한 핵심 조건에 주목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우주 기술이 우주 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민간 영역에서 더 큰 기술 혁신을 창출하는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1995∼2010년 NASA의 기술 이전 프로그램(TTP)을 통해 등록된 약 1400건의 특허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 연방관보(USFR)에 공시된 기술 라이선싱 정보와 이후 발생한 특허 인용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주 기술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누구나 쓸 수 있게 두는 것보다, 특정 민간 기업에 상업적 독점권을 부여하며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전할 때 후속 혁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독점적 라이선스 부여 의향이 공시된 기술은 그렇지 않은 기술에 비해 특허 등록 후 10년간 후속 특허 인용 횟수가 약 68% 높았다. 특히 특허 등록 이후 독점적 라이선싱이 체결된 경우에는 비교집단 대비 인용 횟수가 무려 159%(약 13.8건의 추가 인용) 증가했다.

특히 늘어난 특허 인용은 원래 우주 기술 발명자와는 다른 기업과 지역, 그리고 우주 분야가 아닌 다른 기술 분야(158% 증가)에서 폭넓게 발생했다. 이는 공공 R&D의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민간 기업이 안정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독점적 권리를 보장할 때, 특정 산업 영역을 넘어 사회 전반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누리호 5차 발사 성공과 함께 2024년 5월 27일 개청한 우주항공청(KASA)을 중심으로 한국의 우주 산업은 새로운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두 연구는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정부의 막대한 우주 R&D 투자가 단지 우주항공청이라는 기관의 실적이나 일부 참여 기업의 제조업 매출 성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기술 확산 체계를 구축해 우주 탐사에 투자한 국가 예산이 인공위성 활용에서 오는 효용을 넘어 국민 경제의 혜택과 국가적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우주항공청이 축적한 첨단 기술들이 서랍 속에 잠들기 전에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업화에 뛰어들 수 있도록 상업적 독점권을 포함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기술력만큼이나 그 기술을 민간 혁신 주체들에게 연결해 주는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투자가 단순한 항공우주 제조업 육성을 넘어 바이오, 첨단소재, 통신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깨우는 후속 혁신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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