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공기관 평가는 선진화 첩경이다
현오석 KDI 원장
공공기관의 2008년도 경영 실적에 대한 평가 결과가 19일 발표됐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1984년 이래 해마다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오고 있다.
공공기관이란 정부는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 받아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현재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수는 297개, 지난해 이들의 예산 총액은 338조원로서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종사자는 25만명이 넘는다. 추경을 제외한 올해 국가 예산이 284조원이며 중앙정부의 일반공무원이 13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최근 공공기관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로, 지난 정부의 5년 동안 공공기관 종사자는 공사로 전환된 철도공사 3만명을 포함하면 7만여명이 증가하고 예산도 88조원이나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기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낮은 반면, 임금은 과다한 것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지난 정부 5년간 대형 공공기관의 1인당 부가가치는 연평균 1.8% 증가했으나 1인당 인건비는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과도한 복리후생비는 공공기관의 일반화한 현상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들 공공기관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게 할 수 있는가? 민간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임금과 고용, 나아가 기업의 흥망이 결정된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다르다. 고용은 보장되며 예산 사정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더구나 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처럼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스스로 효율화와 서비스 개선에 노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적 제약 아래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선 공공기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란 받는 입장에선 누구에게나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이 싫어한다고 시험을 없앨 수 없듯이 평가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평가제도의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평가는 종전과 달리 기능 중심의 평가 방식에서 과정별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평가지표를 주요사업·경영관리로 구분해 평가하던 것을 계획·집행·성과 등 과정별로 구분해 평가하고, 기관장 경영계획서 평가를 별도의 평가단에서 실시하는 등 과거에 비해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 점을 제도 개편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평가 결과가 책임 경영과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경영평가제 도입 이래 기관장 해임 건의 및 경고 조치 폭이 전례 없이 넓은 점이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92개 기관장 중 ‘미흡’ 평점을 받은 1개 공기업과 3개 준정부기관의 장을 해임건의하고 ‘보통’ 평점을 받은 64개 기관장 가운데 5개 공기업과 10개 준정부기관 및 2개 기타 공공기관의 장 등 17명을 경고조치했다.
공공기관은 국가가 주도하는 대(對) 국민 서비스 기관이다. 그 기관장의 4분의 1이 레드 혹은 옐로카드로 제재 받았다는 사실은 ‘신의 직장’을 ‘국민의 직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가란 피평가자의 불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이다. 물론 완벽한 평가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평가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는 평가 체제의 확립을 위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 결과에 따라 공공기관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선진화는 바로 공공기관의 장을 비롯한 공공기관 직원 모두의 책임이며 국민은 언제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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