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인 역량 OECD 평균보다 낮아..
입시제도 등 근본적인 개편 필요

계엄과 탄핵 사이에서 혼란스럽던 지난해 12월 10일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이 들려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날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16~65세)의 역량이 세 부문에서 모두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소식이었다.
언어와 수리능력도 평균보다 낮았지만 특히 적응적 문제해결력은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문제를 정의하여 정보를 찾고,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능동적 역량을 말한다. 그나마 16~24세는 평균은 되었으나 나이가 많아질수록 평균 아래로 멀어졌다. 특히 우수 그룹의 비중이 OECD에 비해 현저히 낮았는데 이는 적응적 문제해결력에서 더욱 심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성장은 우수한 인재가 이끌어 왔다는 믿음은 이제 막을 내리는 것인가?
한국인의 역량과 관련, 두 가지 트렌드별로 그 원인을 살펴 보자. 첫째, 왜 성인은 나이 들며 외국에 비해 더 빠르게 역량이 떨어지는가? 물론 연령대가 높을수록 대학 다닌 비중이 떨어지는 것도 한 요인이다. 대학취학률은 2023년 기준 76.2%이나 1990년에는 23.6%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조직문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시킨 일만 하니 역량을 개발할 기회도 동기도 없는 것이다.
2013년 조사에서도 우리 젊은이의 과업에 대한 재량, 학습의지 모두 OECD 바닥권이라는 결과가 나왔었다. 적응적 문제해결력 점수가 특히 낮은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개개인이 살아 숨쉬는 조직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왜 한국의 15세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16~24세는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는가? 핵심은 대학입시다. 입시준비에 투입하는 노력이 개인의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암기하고 정답을 고르는 교육 속에서 문제해결력이 생길 수 있겠는가.
입시제도에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정부가 일률적 제도를 대학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대학입시를 전면 자율화해야 한다. 대학별로 자신의 판단 아래 노동시장에서 성공할 우수인재를 뽑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러한 모색 과정을 거쳐야 최선의 입시방식이 찾아진다. 정부는 대학의 학생평가 역량을 지원(支援)하면 된다.
아울러 대학교육의 질도 문제이다.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고등학교는 10.1명인데 4년제 대학은 21.3명이다. 고등학교는 통상 한 반에 25명 내외이나 대학은 강의실에 50명이 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등학교는 입시로 인해, 대학은 교원당 학생 수가 많아, 토론과 창의력 중심의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들이 교육의 질로 경쟁토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일단 대학의 재정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한 등록금 자율화가 불가피하다.
대학의 교양과정도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언어와 수리능력에 비해 적응적 문제해결력이 더 낮다는 PIAAC 결과는 분석력, 기획력, 창의력 등 공통역량이 부족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그간 우리는 수학, 사회, 과학 등 분야별 역량을 강화하다 보면 공통역량이 자연스레 키워진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PIAAC 결과를 보면 대학의 교양과정이 공통역량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게 된다. 아울러 입시제도 역시 고교생이 공통역량을 함양할 동기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사실 15세 학생 대상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지난 2012년 이후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순위는 대체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상위 학력 학생 비율은 감소하고, 최하위 비율은 증가하고 있었다. 2022년 발표에선 반등하여 전체 81개국 중 종합 5위를 기록했으나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원격수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덕이 컸다. 한국인의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손 놓고 있으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교육개혁이 시급하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무단등록 및 수집 방지를 위해 아래 보안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담당자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044-550-5454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