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쓴다는 정부
적재적소 쓰일지 의문 크고
물가·금리 자극도 불가피

반도체 초호황이 우리 경제에 압도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상을 크게 웃돌 것으로 기대되는 세수도 그중 하나다. 그 명칭이 '초과세수'인지 '추가세수'인지와 관계없이, 수백조 원의 돈벼락을 맞은 반도체 업황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세수 축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교과서의 답은 명료하다. 경기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는 정부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호황인데 세수가 늘었다고 정부지출을 더 늘리면 경기를 과열시키고 물가를 상승시킨다. 이는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가속화한다. 딱 요즘 우리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추가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 금리는 더 올라가고, 그 결과 민간의 자금 확보 여지는 축소된다. 전체 재원에 한계가 있는데 정부가 더 많이 가져가면 민간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다. 따라서 초과세수는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해 물가와 금리의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민간의 재원 활용 여지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기가 불황일 경우에는 반대다. 일시적으로 세수가 부족하다고 정부지출을 축소해 어려운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와 같은 상황에서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세수를 보충함으로써 경기를 안정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지지하는 재정의 '경기 자동안정화(Automatic Stabilizer)' 기능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원칙을 지키기 쉽지 않다. 어려울 때 경기부양을 위한 국채 발행에는 쉽게 동의하면서도, 경기가 좋아 발생한 초과세수를 쓰지 않고 부채를 상환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이런 비대칭적 유인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6년에 국가재정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초과세수는 새로운 지출에 바로 사용할 수 없으며, 법정 순서에 따라 국가채무를 우선 상환한 후에야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대규모로 조성될 '미래대응기금'이 국가재정법을 우회하는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아직 어떤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초과세수를 국채 상환 대신 새로운 기금으로 이전하겠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 전체의 대차대조표 차원에서 보면, 초과세수에 더해 100조원 이상의 빚을 내 마련한 자금으로 기금 자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 경제적 의미는 추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완화할 수 있는 물가·금리 상승 압력과 구축효과를 감수하는 것이며, 민간에 돌려줄 수 있는 세수 증가분을 정부가 직접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대응기금과 관련한 핵심 질문은 반도체 축복에 의한 초과세수를 민간보다 정부가 사용하는 게 바람직한가로 축약될 수 있다.
우선 대규모 확장 재정이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을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는 정부가 민간보다 자금을 더 '생산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가이다. 요즘처럼 고도화된 산업 환경에서 납세자를 대리할 뿐인 정부가 투자 실패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는 민간 전문가보다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쓸 것이라는 기대가 과연 합리적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 주머니에 들어온 돈이라고 정부가 다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정부가 직접 쓰지 않는다고 그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민간에 돌려주면 더 생산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막대한 초과세수에 100조원 이상의 빚까지 얹어 국가재정법을 우회해야 할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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